S STORY
해외 방문국가의 지역까지 알아야
적절한 대비가 가능합니다
해외 감염병 유입의 경계에서 환자와 사회를 지키는 열대의학의 권위자 염준섭 교수
⚊
연휴가 일주일 이상이면 수백만 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는 건 일상이 되었다. 매년 수천만 명이 해외여행을 즐긴다고 하는데, 모두 유쾌한 기억만 남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약 30%는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답했다. 염준섭 교수(감염내과)는 “여행이나 출장이 단기간이라면 감염 확률이 낮을 수는 있어도, 항상 괜찮은 건 아니다. 지역에 따라 위험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적절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곧 비행기 탈 일이 있다면 모기매개감염병, 열대의학, 해외여행자가 주 관심사인 염준섭 교수의 조언을 귀담아듣자.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예전과 달리 자유 여행자, 오지 여행자, 해외출장 등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해외 나가는 분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해외에 나갈 때 보통 우리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데, 더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지역입니다. 자신이 방문하는 국가보다 더 민감해야 하는 것이 그 나라의 어느 지역을 방문하느냐입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 출장 가는 분의 예를 들어보자면, 많은 분이 에티오피아까지는 알지만, 에티오피아의 어느 지역으로 가는지는 모르시더라고요. 자신이 방문하는 지역, 그곳에서 어떤 곳에서 묵게 되는지, 물이나 음식 사정은 어떤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지역의 질병 위험도를 충분히 고려해 예방백신을 맞거나 예방약을 꼭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해외여행의 준비도 다를 것 같은데요.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궁금합니다.
사례로 말씀드린다면, 심근경색을 앓은 지 한 달 된 환자가 미국에 사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해도 되는지 궁금해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가야 할 것 같은데, 비행기를 타도되는지, 약은 뭘 챙겨가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폐가 안 좋은 분들은 비행기 내 산소 분압이 낮아져 산소 농도가 떨어지니까 힘들 수 있습니다. 사과 주스는 배 속에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므로 화장실 갈 일 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가스가 많이 생기면 횡격막이 올라가 폐가 안 좋은 분들은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물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이런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자클리닉에 서는 의학적인 상태를 상담을 통해 개인의 상황에 맞게 평가하고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해드립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로는 부족하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해외여행자의 진료가 단순히 개인적인 치료를 넘어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요.
세계는 지금 1일 생활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감염병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해외에 다녀온 분들을 진료하는 것은 동시에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을 감시하는 창구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나 국가가 인지하기 전에, 제일 먼저 환자를 통해 해외유입 감염병을 확인하니까요.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감염병 유입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거라서, 여행자의 질병 연구와 감염병 감시체계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해 대한민국은 감염병 대응 선진국이 되었고, 그로 인해 국제사회는 한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라는 호된 경험 후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감염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코로나 19로 고생을 했음에도, 지금은 거의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이는 낮은 예방백신 접종률로도 확인할 수 있고요. 장기전을 치러서인지 전반적으로 백신에 대해 무관심해진 역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조류인플루엔자 고위험국가인데, 그 변이는 점점 더 사람에게 잘 감염되는 형태로 바뀌는 조짐을 보입니다. 우리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의 바이러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그렇게 되면 높은 치명률,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뎅기열, 치쿤구니아, 지카 등의 모기매개 바이러스질환들은 피라미드 구조의 중증도를 보입니다. 가장 넓은 바닥층은 무증상이거나 아주 경한 증상을 보이고, 맨 꼭대기 층은 사망에 이릅니다. 뎅기열을 예로 말씀드리면 나이, 기저질환, 면역력 등이 재감염의 위험요인이고, 이는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또 나올 것이고 그 주기도 짧아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위험한 상황은 정말 또 올까요?
특정 기간에 갑자기 증폭되면서 확산될 우려가 있거나 실제로 확산 중인 신종감염병들이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가장 유력합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종간 장벽을 넘어 인체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신종감염병 외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질병에는 니파바이러스 감염 등도 있습니다. 또한 신종감염병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유행하지 않는 감염병의 유입에 의한 유행도 대비해야 합니다. 뎅기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평생 말라리아를 연구하셨고, 열대의학 학위를 따로 받으셨습니다. 특별히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의대 시절부터 말라리아에 관심이 많아 감염내과를 선택했고, 그 후로도 아프리카나 인도 등을 수차례 방문하며 현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런 연구와 경험이 열대의학 연구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제가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열대의학은 열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을 다루는데, 그 질병은 너무 위험하고 그로 인해 국가도 발전하지 못합니다. 열악한 보건환경이 다수의 질병 발생으로 이어지고, 사망자도 많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질병의 연구가 그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몽골의 신종감염병 대응 훈련 프로젝트, 감시체계 강화 사업도 그 일환입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 바깥에 관심을 가지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다고 봅니다.
끝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제 연구와 논문 주제는 지금도 말라리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WHO는 2030년을 대한민국의 말라리아 퇴치의 해로 정했습니다. 퇴치 인증을 받으려면 2027년 부터 3년 동안은 말라리아 환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연간 700명 정도 발생하는 추이나 북한의 영향도 있어서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를 연구하는 분은 거의 없고요. 그것은 곧 제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행의학면에서 보면 여행자를 통한 해외유입 감염병의 감시와 해외 네트워크의 협력을 통한 감시체계의 확대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연세의료원 국제개발센터 소장으로서 저개발국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 보건의료정책으로 현실화되고, 그것이 곧 환자의 치료 성적으로 이어지는 데 힘쓸 생각입니다.
해외여행 전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백신을 맞거나 예방약을 먹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자동차보험과 같은 겁니다.
사고가 매일 나지는 않는데도 보험에 드는 건 불확실성의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거죠. 예방백신과 예방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잘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해외 행선지가 60-70%는 동남아시아입니다.
그 지역은 뎅기열, 수인성감염병 등의 위험지역이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명의의 특강
여행의학
해외여행 계획 중이라면, 여행자클리닉 꼭 방문하세요!
⚊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행자를 통한 해외유입 감염병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과 국가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여행 전에 미리 여행자클리닉을 방문해 전문 상담과 진료를 받자.
글 염준섭 교수(감염내과)
해외여행 전에는 행선지의 감염병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려면 여행자클리닉을 방문하거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식 누리집 등의
공신력 있는 매체를 활용하고, 현지에 체류하거나 방문한 적이 있는 개인의 정보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 위한 여행자클리닉
여행자클리닉에서는 내원하는 여행자가 가지고 있는 내적, 외적 ‘위험’을 평가하고, 이에 맞춰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세부 상담과 예방접종 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심장질환이나 폐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항공기 내에서 산소 분압의 변화에 따른 질병의 악화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줄 수 있으며, 질병의 정도가 안전한 여행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여행을 가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당뇨병으로 인슐린을 사용하는 여행자에게는 시차에 따른 혈당 관리 방법을 교육하고, 빠른 시차 적응이 필요한 여행자에게는 멜라토닌을 포함한 다양한 약물을 활용해 여행 전부터 시차를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그중 여행자클리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다.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 등 근래에 유행한 전 세계적인 신종감염병이 여행자를 통해 유입되었고, 조류인플루엔자를 포함해 다양한 신종감염병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여행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이러한 질병의 예방, 그리고 여행 후 건강 이상이 발생한 여행자들의 진료와 이를 통한 감염병 감시가 중요해지면서 여행자클리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행 4주 전에 상세한 여행 정보 가지고 방문
여행자클리닉에 내원할 때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출국 전에 충분한 여유 시간을 갖고 내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을 통해 충분한 역가의 보호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 동시에 여러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출국 4주 전에는 여행자클리닉에 내원할 것을 추천한다.
여행자클리닉에 내원할 때는 본인의 여러 질병과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한 정보는 기본이고, 방문 예정 지역에 대한 자세 한 정보와 숙소, 이용하려는 교통수단 등에 대한 정보를 가져와야 한다. 여행자들이 본인의 여행 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해 세부적인 상담을 받지 못하는 일이 진료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클리닉에서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의료서비스가 ‘위험’ 평가이므로 반드시 자세한 여행 일정을 파악하고 내원하자.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 식품매개질환, 모기매개감염병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인도, 방글라데시 등을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하는 대표적인 감염병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식품매개질환과 모기매개감염병이다.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물에 의한 여행자 설사는 여행자들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장티푸스나 콜레라도 감염될 수 있으나, 그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물은 반드시 시판 중인 생수만 섭취
식품매개질환의 기본적인 예방법은 오염된 물과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물은 항상 판매하는 생수만을 섭취하고, 양치질 후 입안을 헹굴 때도 생수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길거리에서 파는 과일주스, 얼음이 담긴 음료의 섭취에 주의하고, 샐러드처럼 뜨거운 열로 조리되지 않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과일은 반드시 세척해서 껍질을 제거한 후에 섭취한다. 식품매개질환에는 A형간염도 포함되는데, 여행 도중 오염된 오렌지주스 섭취에 의한 A형간염 감염 사례도 있어 위생환경이 미흡한 지역에서는 음식과 물 섭취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장티푸스, 콜레라는 예방백신으로
장티푸스와 콜레라는 예방백신이 존재한다. 장티푸스는 48시간 간격으로 3회 복용하는 경구 백신이 국내 유통되고 있어 여행자클리닉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 콜레라 백신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제공인 예방접종기관에서만 접종할 수 있으며,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여행자클리닉은 국제공인 예방접종기관으로 등록되어 있어 접종 가능하다. 다만 콜레라 백신은 일반 여행자가 아닌, 재난발생지역 파견인력 또는 난민 캠프나 콜레라가 유행 중인 지역 방문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추천된다. 콜레라 백신도 경구 백신이며, 2주 간격으로 2회 투여한다. 장티푸스 백신은 접종 후 질병 예방 기간이 3년, 콜레라는 약 2년이므로, 이 기간 이후 위험지역을 방문한다면 재접종이 필요하다.
뎅기열, DEET 성분 모기기피제 적극 사용
모기매개감염병으로는 뎅기열이 가장 흔하다. 뎅기열은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남미 지역에서도 매우 큰 규모로 유행하고 있다. 게다가 남미는 북반구 국가와 계절이 반대여서, 뎅기열 감염자들이 연중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뎅기열 예방을 위해 최대한 모기에 물리지 않는 수밖에 없다. 시중 에서 판매되는 모기기피제를 적극 사용하되, DEET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추천한다. 피부에 바르는 제품은 땀에 의해 희석되므로 3-4시간 간격으로 계속 발라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뎅기열과 유사한 질환으로 치쿤구니야열이 유행하고 있다. 치쿤쿠니야열은 뎅기열과 동일한 모기에 의해 매개되는 질병으로 임상 양상도 유사하다. 그러나 관절통이 심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며, 수개월 이상 남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치쿤구니야열도 뎅기열과 동일한 방법으로 예방해야 한다.
아시아의 말라리아, 대부분 모기기피제로 충분
우리 국민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대다수의 아시아 지역은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을 추천하지 않으며, 뎅기열과 마찬가지로 모기기피제를 사용하면 된다. 주간에만 흡혈활동 하는 뎅기열 매개모기와 달리, 말라리아 매개모기는 야간에만 흡혈활동을 하므로 냉방이 잘되고 모기가 유입되지 않는 공간에서 모기장을 치고 취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아시아 지역 여행을 앞두고 말라리아 예방을 생각 중이라면, 정확한 여행일지를 의료진에게 제공하고, 예방약 복용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지역에서 복용이 필요한지 판단받도록 한다. 또한 말라리아 예방약은 발생 위험지역 방문 전부터 미리 복용을 시작해야 하고, 약물의 종류에 따라 복용 방법이 다르며, 발생 위험지역을 벗어난 후에도 일정 기간 계속 복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약물 복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아프리카 : 열대열말라리아 위험 높아
아프리카는 아시아 대비 감염병 발생 위험성이 크고 감염 가능한 질병도 보다 다양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걸리는 감염병은 말라리아다.
치명적인 열대열말라리아, 예방약 반드시 복용
다양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복용하지않았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예방약이 간에 좋지 않다”, “아프리카 현지에 더 좋은 약이많다”, “현지에서 즉시 치료하면 된다” 등의 잘못된 정보가 여행자들 사이에 퍼져 있어 예방약 복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열대열말라리아가 대부분이며, 제때 치료하더라도 다양한 합병증을 남길 수 있다.
말라리아 예방약 중에는 이상반응이 매우 낮아 별문제가 되지 않는 약물이 있으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위험지역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예방약을 복용할 것을 추천한다. 말라리아 외에도 아프리카에서는 뎅기열, 엠폭스(원숭이두창), 식품매개 감염병 등이 모두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예방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북미, 유럽 : 빈대 물림에 특히 주의
선진국이 많은 북미, 유럽이라고 해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백일해 등의 호흡기 감염병 외에도 공기로 전파되는 홍역 등이 유행하고 있어 면역력이 약하거나 고령이라면 예방접종 후 여행하는 것이 추천된다.
침대 매트리스의 작은 혈흔, 빈대 가능성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들은 식품매개감염병이나 야외에서 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라임병 등도 감염될 수 있으며, 질병을 매개하지는 않으나 심한 소양감을 유발하는 빈대 물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대비해야 한다.
유명 여행지라면 고급호텔에서도 빈대 물림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침대 매트리스 사이사이에 혈흔이 있다면 빈대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른 방으로 이동하도록 한다. 카펫이 깔려 있는 방에서는 여행가방을 바닥에서 개방하지 말아야 한다. 빈대는 살충제 저항성이 많아 흔히 사용하는 살충제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남미 : 모기매개감염병, 고산병
최근 볼리비아의 우유니, 페루의 리마와 쿠스코 마추픽추, 무지개산으로 알려져 있는 비니쿤카, 칠레의 파타고니아, 이과수폭포 등 남미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남미 안데스산맥의 고산지역에는 모기매개감염병이 거의 없지만, 안데스산맥 동쪽에 위치한 아마존에 가까워질수록 뎅기열, 말라리아는 물론 황열도 발생할 수 있다. 식품매개감염병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타 지역과 동일하다.
고산병, 적응 기간 갖고 천천히 이동해야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여행지는 해발 3,000m를 넘는 지역이 많고, 특히 비니쿤카는 매표소가 해발 4,500m, 말을 타고 올라가는 전망대는 해발 5,300m에 위치하고 있어 고산병 발생 위험이 대단히 높다. 일반적으로 해발 2,500m보다 높은 지역에서는 산소 분압이 감소해 고산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나치게 빠른시간 내에 고산지역으로 이동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적응 기간을 거치지 않고 하루 사이에 해발 2,750m 이상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해발 2,750m보다 높은 지역에서는 하루에 500m 이상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말고, 48-72시간 정도 고도 적응기를 가진 후에 이동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매일 1,000m 이내로 오를 것을 권한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적응 기간을 갖기 어렵다면 고산병 예방약을 복용할 수 있다. 고산병 예방약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추천하는 acetazolamide는 고산지역으로 여행하기 하루 전부터 복용을 시작해 고산지역에서 최대 2-3일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염준섭 교수
감염내과
⚊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