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병 

 Wilson disease 


  •  윌슨병이란? 

윌슨병은 구리(copper)의 대사장애로 간이나 뇌 등에 구리가 쌓이는 선천성 질환입니다.
인간은 음식을 통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비롯해 수많은 영양소를 섭취하는데, 그중 구리는 철의 운반과 산화, 뼈의 무기질화, 세포호흡 등을 보조합니다. 구리는 아주 소량이지만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로, 다양한 식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내 필요량보다 더 많은 양의 구리를 섭취합니다. 이렇게 과잉 섭취한 구리는 간에서 대사되어 대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구리의 배출에 관여하는 ATP7B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구리가 우리 몸에서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인체 여러 기관이 망가지는 희귀유전질환이 바로 윌슨병입니다.


  •  윌슨병의 증상 

구리는 금속성 물질이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인체에서 녹아 없어지지 않습니다. 혈관을 떠돌다가 간, 뇌, 안구, 신장 등 인체의 여러 조직에 조금씩 쌓이면서 박혀서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립니다. 구리가 가장 먼저 축적되기 시작해 가장 먼저 손상되는 장기는 간으로, 구리에 의해 간에 염증이 생기고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만성피로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다가 간 손상이 심해지면 황달, 복수 등이 발생합니다. 구리가 간을 넘어 뇌에 쌓이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손발이 떨리고 침을 흘리는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고, 안구에 침착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구리로 인해 신장 기능이 망가져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구리 대사장애가 발생하지만, 영유아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구리가 어느 정도 쌓여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10세 전후에 간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청소년기를 지나면 신경학적 증상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나 환자마다 편차가 커서 성인이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윌슨병의 원인 

윌슨병은 구리의 배출에 관여하는 ATP7B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입니다.


  •  윌슨병의 진단 

환자의 증상, 간 기능 평가, 24시간 소변 구리 검사 등을 종합해 윌슨병을 추정할 수 있고, 유전자 검사로 ATP7B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윌슨병의 치료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병의 원인 자체를 교정할 순 없지만, 구리가 많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조절하면서 약물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약제는 크게 구리배설제와 구리흡수억제제로 나뉩니다. 구리배설제는 몸속을 떠돌아다니는 구리와 결합해 소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며, D-페니실라민 또는 트리엔틴이 사용됩니다. 구리흡수억제제는 아연 성분의 윌리진이라는 약물로, 구리와 아연은 우리 몸에서 경쟁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음식 섭취 전에 이 아연 약을 먼저 복용하면 구리 흡수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제대로 먹지 않으면 간 기능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치의의 처방대로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고홍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