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소체 치매 

 Dementia with Lewy body 


  •  루이소체 치매란?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한 치매의 한 종류로서, 치매의 특징적인 증상외에 파킨슨 증상도 흔하게 동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들의 뇌를 부검해 보면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되어 생긴 ‘루이소체(Lewy body)’가 대뇌 피질 및 변연 주변 영역 구조물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루이소체 치매를 파킨슨병과 더불어 “알파시누클레인 연관 퇴행성 뇌질환”이라 합니다. 또한 다수의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서 대뇌 피질에 ‘아밀로이드(amyloid)’ 단백질이 응집되어 침착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편 보통 중뇌 흑질에 축적된 루이소체는 파킨슨병에서, 대뇌 피질에 침착된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병리 소견으로, 루이소체 치매가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 치매와 병리학적으로 이어진 스펙트럼선 상에서 여러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최근에는 치매의 전단계 인지장애를 보이는 루이소체-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  루이소체 치매의 증상 

루이소체 치매에서 보이는 인지장애는 병의 초기부터 주의력, 전두엽 집행기능, 시공간능력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장애를 보이는 소위 ‘비기억성 인지장애’가 특징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하게 기억력장애도 보일 수 있으나, 보통 병의 초기에는 기억력장애가 심하지 않고 병이 진행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루이소체 치매의 핵심 증상으로는 인지기능의 변동, 환시, 파킨슨 증상,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습니다. ‘인지기능의 변동’이란 각성 및 주의력 수준이 시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것입니다. 낮에 과도하게 졸려 하거나 오랫동안 허공을 응시하면서 반응성이 느려지기도 하고, 대화가 적절하게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며, 그 기간은 수 분에서 수 주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에서 나타나는 ‘환시’는 반복적이며, 동물, 벌레, 사람 등이 생생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서 인지장애가 발생한 이후, 혹은 인지장애가 발생하기 1년 이내에 ‘파킨슨 증상’이 관찰되며, 서동증, 떨림, 근강직, 보행장애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파킨슨 증상은 파킨슨병에서 관찰되는 증상과 거의 유사하며, 연하곤란, 균형장애 등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생할 수 있어서 이로 인한 영양결핍, 폐렴, 낙상 등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또한 치매 혹은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보고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핵심 증상 외에 루이소체 치매를 시사하는 다양한 보조적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기능이상(변비, 기립성 저혈압, 배뇨장애), 실신, 잦은 낙상, 후각 저하 및 다양한 정신과 증상(환청, 망상, 우울한 기분)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루이소체 치매의 원인 

루이소체 치매는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 마찬가지로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으며 특발성으로 발생합니다. 아직까지 루이소체가 어떠한 기전으로 치매 및 파킨슨 증상을 일으키는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  루이소체 치매의 진단 

루이소체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력과 증상을 자세히 확인해야 하며 신경학적 진찰도 필요합니다. 치매 증상과 함께 4가지 핵심 증상(인지기능의 변동, 환시, 파킨슨 증상, 렘수면 행동장애) 유무를 확인합니다. 또한 파킨슨병 진단과 마찬가지로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방출단층촬영(18F-FP-CIT PET 등)을 통해 기저핵의 도파민 결핍을 확인하고 123I-MIBG 스캔을 통해 자율신경계 이상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렘수면 행동장애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치매 증상이나 파킨슨 증상을 유발할 만한 다른 구조적 원인이 없고 알츠하이머 치매와 달리 해마의 위축이 심하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그 외 추가적으로 뇌파검사, 포도당 양전자방출단층촬영(18F-FDG PET), 후각기능검사 등의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루이소체 치매의 치료 

현재로서는 인지기능과 여러 행동심리 증상(환시, 망상, 우울증 등)의 조절을 위한 약제만이 의학적 근거가 있고,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신경보호 혹은 질병조절 치료는 성공한 것이 없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donepezil, rivastigmine)가 루이소체 치매에서도 인지기능 및 여러 행동심리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파킨슨 증상에 대해서는 파킨슨병에서 사용되는 레보도파(levodopa) 제재를 통한 도파민 보충요법을 시행하며,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행동심리 증상에 대해서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 혹은 항정신병 약물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특히 항정신병 약물은 감수성 반응을 비교적 흔히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파킨슨 증상 악화뿐만 아니라 심한 혼수까지 유발할 수 있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외에도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항도파민성 약제 혹은 항콜린성 약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타 약제 사용시 전문가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글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정석종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