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에서 많은 것을 받았으니, 그저 돌려드리는 일입니다
- 조재현 · 이승헌 연세의대 동문 부부 -
조재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이승헌(연세조이산부인과) 동문 부부(87년 졸업)는 내내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연세의대’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그동안 많은 덕을 보았다면서 학교를 위해 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수억 원을 기부해온 두 사람을 만나 의사과학자 양성과 의과대학 신축을 위해 다시 12억 원을 약정한 속뜻에 대해 들었다.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이승헌 원장은 동기 중에 자신이 제일 웃기는 사람이었고,
남편 조재현 원장은 자신을 웃기는 사람이었다고 의대 시절을 회고했다.
그리고 캠퍼스 커플로 만나 40년 이상 함께해온 이들답게 명랑한
웃음으로 기부하는 삶에 대해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들이 가진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생각에 빠져 있을 즈음,
이승헌 원장은 불쑥 작년 일을 꺼냈다.
“제가 평생 붙들고 가는 말씀이 디모데전서 4장 4절 말씀입니다.
우리 병원 입구에도 붙여두었지요.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제가 작년 5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6월에 수술을 받았잖아요.
암 치료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모든 과정을 제가 ‘감사함’으로
받았습니다. 암 환자가 되어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에게 나도
암 경험자라며 ‘우리 용기를 내어 함께 잘 살아보자’고 하니
환자들이 더더욱 힘을 내더라고요.”
이 원장은 암마저도 감사함으로 받으니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다는 사실을 거듭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2023년에 10억 원을 약정하며 2억 원을 기부해 통장 잔고가
거의 바닥이었는데, 암 치료비로 보험금 8천만 원을 받아 병원 운영의
위기를 모면했다면서 기부가 가진 특별한 힘을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미 많은 경험이 있습니다. 누군가한테 무언가를 주었을 때
그것 때문에 제가 손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훨씬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계산할 수 없는 어떤 방식으로든 저한테서 나간 것보다 더 많이
되돌아옵니다. 세브란스 씨가 기부했을 때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으로
성장하리란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부했을 겁니다.”
연세의대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
이승헌 원장은 3년 정도 연세의대 동문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대학발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연세의대와 연세의료원의 상황과 필요를 좀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문이 대학과 병원을 도울 수 있는 길은 기부가
최선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2023년 6월 의사과학자 양성 분야에 5억 원,
의대 신축에 5억 원 등을 약정하고, 2억 원을 바로 기부했다.
나아가 한 선배의 요청으로 의대에 새롭게 선보일 미래형 디지털융합정보센터
(도서관) 건축에 2억 원을 추가해 총 12억 원을 약정했다.
“환자들은 내가 훌륭한 의사여서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연세’라는 이름을
믿고 옵니다. 학교 이름에 기대어 저는 정말 편안하게 환자의 신뢰를 받는
거지요. 그러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부하는 것이고, 같은 이유로 동기들에게
기부를 많이 권하는 것이지요. 제가 앞장서서 기부를 약정하고 실천하는 데는
동문들에게도 좋은 의미에서 의욕을 좀 갖게 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조재현 원장은 연세의대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의대에 기부하는 것은 그저 거기서 조금 돌려드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언제든 선선히 지갑을 여는 것에 남편 조재현 원장은 속도
조절 역할을 맡을 뿐 반대한 적은 없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조 원장의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구약성경
전도서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어요.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보다 낫고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7:1). 기부를 하면 죽는 그날
조금은 아름다울 것 같아요. 좋은 이름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이
기부입니다.”
“솔직히 12억이라는 돈이 그렇게 큰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재산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살아가는 데
연세의대가 도움을 준 것에 비하면 12억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연세의대라는 이름만으로 사람들로부터 받는
신뢰가 어마어마하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까요.”
조재현 · 이승헌 동문
조재현 동문은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 전문의로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검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승헌 원장은 의대 졸업 후 25년 동안 강남 미즈메디병원에서 일했고,
지금은 연세조이산부인과를 개원해 환자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