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 되돌려주는 사랑


- 홍준식 의과대학 미주동창 -



   

   홍 준 식


   1955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한국인 의사 최초로

   병원행정학을 공부하며 공중보건의학 학위를 받았다.


   2년여 세브란스병원 부원장(1963-1965)으로 모교에 봉사 후

   1965년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홍준식 동창은

   킹스카운티 병원장 등 공공의료 및 병원행정가로 활동했다.

 

   1974년 뉴욕 퀸즈가톨릭병원 산하 5개 병원의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빈민가에 13곳의 간이진료소와 6곳의 마약환자 진료소를 개설,

   소외된 환자들을 치료해 ‘콘크리트 정글의 슈바이처’ 라는 찬사를 들었다.


   한인 이주민의 초기 정착과 진료 지원을 위해 조직된

   미주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의 초대 회장 겸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2003년 골수이식이 필요한 한국인과 아시아계 이민자들 중 백혈병 환자를 위한

   ‘새새명재단’을 창립해 의료 지원과 골수이식 등록사업을 진행했다. 

   2014년 미주 올해의 한인상 대상, 2015년 자랑스러운 연세인 상,

   2016년 서재필 의학상을 수상했다.




모교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해방 이후를 겪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은 아주 어려웠다.

학교는 학교대로 운영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고, 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매우 어려웠다.

지금은 ‘등록금’이라고 하지만 당시엔 ‘월사금(月謝金)’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한다는 의미의 수업료였다.


한국전쟁 전후 세대는 어린 나이에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으로 인한 가난을 독하게 겪었다.

그 와중에 연세의대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연세의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수많은 선교사, 은사님, 그리고 선배들 덕분이다. 

공부하는 동안 우리는 그분들의 은혜와 수고를 보고 느꼈다.

그분들은 우리에게 배운 사람으로서 겸손하고 감사하며 살 것을 강조하고,

그것이 고등교육의 본질임을 잊지 말고 삶으로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나는 연세의대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것을 가르치고 준비된 의사로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미국에서 의사로 살았던 재미동창들은 특별히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했다.

굳이 여기서 그 어려움을 곱씹을 이유는 없지만, 우리는 학창 시절 연세의대에서 배운 가르침만은 잊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교를 위해 크든 작든 후원금을 보내고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있다.

이 후원금이 학교 발전의 씨앗이 되고, 후학들에게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미주동창회 후원의 시작


미주동창회의 모교 후원활동에 대해서는 2년 전 돌아가신 소진탁 선생님(1924-2016)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모교 후원의 시작점에는 소진탁 선생님이 계신다. 소 선생님은 1962년 의과대학장으로 임명되어 2년간 봉직하셨다.


학교 재정 때문에 연구와 교육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소진탁 선생님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 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동창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셨다.

개략적인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적자면 이렇다.



“오늘의 우리는 모두 연세의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교를 위해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분들이 지켜온 의과대학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재학 시절 받았던 사랑을 학교와 후배들을 위해 돌려줄 방법을 모색해 주십시오.”



모교 후원에 참여해달라는 취지의 친서를 받아든 미주동창들은 너나없이 미주동창회로 수표를 보냈다.

많은 동문들의 참여로 조성된 후원금(정확하진 않지만 수십만 달러로 기억한다)이 쌓였다.

이것이 지금의 미주동창회가 마음을 모아 매년 150만 달러의 후원금을 보내게 된 시작으로 보아도 좋다.


당시는 지금처럼 전담하는 사람이 없었고, 어려움 속에서도 모교 발전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동창생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며 동창회를 이끌었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도 평소 과묵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존경받던 소진탁 학장의 요청에

기꺼이 모교를 위해 후원에 참여했던 동문들이 자랑스럽고 고맙기만 하다.



모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러한 재미동창의 모교 후원운동은 새병원 건립을 위한 후원금 모금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를 기념해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에는 미주동창회의 이름이 붙은 세미나실이 마련되었다.

거기엔 거액을 희사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소액이라도 마음을 담아 꾸준히 후원하는 많은 동문들의 뜻이 담겨 있기에 더욱 소중하다.

이런 동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연세의대의 부단한 노력 또한 꼭 필요한 일이다.


하버드대학이나 코넬대학의 발전이 가능한 것은 재정 지원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동문들의 후원금은 이러한 재정의 중요한 젖줄이 되고 있다.

이를 잘 관리하는 교내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모교가 이런 부분의 역량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